사이버 통제법에서 사이버 인권법으로!

인터넷 감청(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

1. 현황

○ 2008년 10월 30일 이한성 의원의 대표발의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

- 통신제한조치 집행 대상범죄에 기술유출 범죄를 추가하고(안 제5조제1항), 통신제한조치의 협조에 필요한 전기통신사업자의 장비 등 구비의무 신설(안 제15조의2, 제17조제1항제7호, 부칙 제4조 및 제15조의3 신설)
    (1) 합법적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이 가능하도록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 등에 대하여 필요한 장비 등의 구비의무를 부과하되, 장비 등을 운용함에 있어서는 권한 없는 자의 접근 방지, 접근기록의 관리 등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함.
    (2) 장비 등의 구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가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함.
    (3) 장비 등의 구비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10억원 이하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행강제금을 1년에 1회에 한하여 부과할 수 있도록 함.
    (4) 관련 표준의 개발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여 이동전화사업자는 이 법 시행 후 2년 내에, 그 밖의 전기통신사업자는 4년 내에 장비 등을 구비하도록 하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신청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함.
-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GPS 위치정보를 추가하고(안 제2조제11호아목 신설)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보관하지 아니하는 자와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에 필요한 장비 등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자는 과태료에 처함.(안 제20조제1항제2조)


2. 문제점

□ 통신사실 확인자료 보관하지 않는 전기통신사업자를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였음
(통신사실 확인자료란 통화 상대방, 통화일시, 통화회수, 인터넷 상의 IP 주소 등 통신을 한 사실과 관련된 기록을 의미함)

○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시행령 제21조의4 제2항에서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보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긴 하나, 이를 의무로 하거나 위반에 대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지 않음
- 그러나, 개정안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보관하지 아니한 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보관을 의무화하였음. 이는 개인정보보호 및 통신비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

○ 통신사실 확인자료 또한 통신의 비밀이 엄격히 보장되어야 함
- 누가 통신을 했는지, 언제 몇 번이나 했는지, 어느 위치에서 통신을 했는지 등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 내용만큼이나 보호받아야 할 통신 비밀의 대상으로서 지난 2005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당시 통신사실 확인자료도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음
- 범죄수사 등의 목적을 위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범죄를 해결한다는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목적을 위해 범죄 예비단계도 아닌 일반 국민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최대 1년간 보관한다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제정 취지를 위배하고 국민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

○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 유출 문제가 심각한 우리 현실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즉각 삭제하도록 하는 제도적 대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위 개정안은 오히려 개인정보보호에 역행하고 있음.
- 특히 인터넷 이용 내역을 방대하게 보관토록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겨줄 여지가 있음. 현행 법률상 인터넷 관련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사실에 관한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로그기록자료”(법 제2조 제11호 마)라고 폭넓게 규정되어 있으며, 사실상 모든 이용자의 모든 인터넷 이용 내역이 보관될 가능성이 있음. 이용 내역에 따라 이용자가 읽거나 쓴 게시물이나 파일 등 통신의 내용에 대한 정보까지 포함될 수 있음.
- 또한 GPS 정보가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포함되면 최근 시중에 보급되고 있는 최신 휴대전화 단말기의 경우 대부분 GPS 칩을 내장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볼 때 오차 범위 5m 이내의 세밀한 위치 추적이 일상화될 것으로 예측됨

○ 통신사업자들이 1년 ‘이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보관하도록 하였으므로 통신 비밀의 보호가 개선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름.
- 1년 ‘이상’ 자료를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관련 사업자들은 관련 자료를 ‘최소’ 1년간 보관하고 그 이상의 기간도 보관하면서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업적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음.
- 해외와 달리 주요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실명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시적으로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보관하여 이용자의 일상생활을 감시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낳을 수 있음.

○ 통신비밀이 보호돼야 하는 일체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모든 이용자에 대하여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보관하지 않는 경우 법률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경우 도입된 선례가 없음
- 미국의 경우 통신사실 확인자료 보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음
- 유럽의 경우에도 EU Directive 2006/24/EC에서 통신사실 확인자료 보관의무를 도입하였지만 모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님.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자, 인터넷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 인터넷 전화 서비스 제공자의 해당 서비스만을 특정하여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통신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정보는 수집되어서는 안된다’는 근본원칙을 못박아 두고 있음

○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 확인자료 일체를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영업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
- 모든 이용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보관에 필요한 비용이 없는 영세한 전기통신사업자는 사실상 사업을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임
- 특히 이용자의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보관하는 것이 양심에 반한다고 판단하여 불필요한 개인 정보를 삭제하여 온 사업자에게까지 강제적으로 보관의무를 부여할 경우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양심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음.
- 이는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여 범죄자를 처벌할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가 범죄에 대한 증거 수집이라는 자신의 책무를 개별 전기통신자에게 전가하는 것임. 수사기관이 자기 업무의 편의를 위해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협조요청이지 강제할 사항이 아님.

○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08년 1월 16일 발표한 의견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은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유출 문제가 심각하고 사업자가 보유한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즉각 삭제토록 하는 제도적 대책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일정기간 자료를 보관케 의무화 한 것은 개인의 정보보호에 역행되고, 범죄수사 목적으로 일정기간 동안 통신기록 확인의 당위성이 인정되지만, 아직 발생되지 않은 범죄 해결 목적으로 범죄 예비단계도 아닌 일반인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최대 1년간 보관하도록 한 것은 법제정 취지에 위배되고,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음

□ 통신제한조치 집행에 필요한 장비를 전기통신사업자가 보유하도록 강제하였음

○ 개정안은 국민적 공감대 하에 사실상 금지되어 왔던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회적 영향과 확대가능성에 대해 소홀히 취급하고 있음.
- 휴대전화는 내밀한 공간에서 지극히 사적인 대화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매체인 한편, 유선전화와 달리 문자메시지 등 통신내용이 광범위하게 축적되고 매우 손쉽게 추적되기 때문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함.
- 외국과 달리 국내는 실명으로 개설된 휴대전화의 보급률이 93%에 달하고 그 사용자가 1인으로 특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대단히 높음.
- 또한 휴대전화는 단순히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통화자의 위치가 드러나며, 결재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WCDMA의 경우는 화상까지 드러남. 휴대전화의 감청은 피감청자의 통화내용 뿐 아니라 금융업무, 쇼핑, 인터넷 이용 기타 정보이용까지 감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감청 범위의 확대가능성이 대단히 높음.

○ 개정안은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기통신사업자’(안 제15조의2 제2항)를 대상으로 감청 설비를 의무화함으로써 휴대전화 뿐 아니라 인터넷과 현재 존재하는 모든 통신매체와 미래에 등장할 모든 통신매체에 대한 감청을 합법화하였음
- 개정안은 휴대전화 외에도 인터넷 전화, 인터넷 채팅, 인터넷 메신저 등 무수한 통신매체에 대한 감청 장비의 도입 문제를 시행령으로 위임하였음. 이는 어떤 기술에 대한 감청 설비 의무화가 국민의 통신 비밀과 인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수사정보기관이 접근하여 감청할 수 있는 통신의 범위를 어떻게 한정지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 기회를 봉쇄하고 있음. 수사정보기관이 접근하여 감청할 수 있는 통신의 범위가 통신사업자가 보유한 감청 장비의 성능에 따른 문제로 환원되어 버렸음.

○ 전기통신사업자가 감청에 필요한 설비를 보유한다는 것은, 상시적, 일상적 감청이 가능하다는 말임.
- 전기통신사업자에 의한 장비 악용과 통신비밀 침해의 위험이 상시적으로 존재함. 통신회사 내부자나 외부자에 의한 비밀 감청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
- 또한 국민들도 감청 자체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개개인의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음.
- 국내의 모든 정보통신상품이 감청에 제공되는 상품으로만 구성된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감청에 제공되지 않는 정보통신상품을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낳게 됨
-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감청에 적합하지 않는 기술은 배척하고 기술개발의 단계에서는 늘 감청적합성을 고려하게 되므로 이는 국가의 사전심사나 다름이 없고, 창의적인 기술개발을 저해하고 기업의 영업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함

○ 정부는 수사기관을 통한 감청이 “감청의 남용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 국가정보원은 과거에도 통신사업자의 협조 하에 불법 감청을 자행한 바 있음.
- 안기부 X파일 논란으로 드러난 바에 따르면, 1998년 5월부터 최소 2001년 3월까지 유선중계망을 이용한 휴대전화 불법 감청에 사용된 ‘R-2’ 역시 통신사업자의 협조 하에 이루어졌음. 당시 국가정보원은 정치·언론·경제·공직·시민사회단체·노동조합간부 등 주요 인사 1,800여 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놓고 24시간 도청하였음.
- 감사원 또한 2000년 5월 12일 <통신제한조치 운용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의 불법 감청에 협조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였음. 당시 지적된 문제는 전화국 담당자들이 감청 허가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대장에 제대로 기록도 하지 않는 등 수사기관이 요청하는 대로 편의를 봐주었다는 점으로서, 이 문제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여러 규제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서열주의와 신분상의 불이익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평가됨

○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08년 1월 16일 발표한 의견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사실상 금지돼오던 휴대전화 감청을 제도화 하는 것으로 사실상 감청 자체가 예외적 허용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조성하면서 개인 사생활 및 프라이버시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고, “감청 집행의 필요장비 등의 보유는 규정하면서도 그 통제와 정보유출 차단기술?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는 미비해 사업자에 의한 악용과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의 상시적 존재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해당 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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